아래 글은 세티즌에서 진행하는 "
위피(WIPI, 무선인터넷 플랫폼) 미 탑재 휴대폰 출시 관한 리서치"에 댓글을 짧게 달려고 쓰던 걸인데, 길이 너무 길어져서 아예 블로그에 쓰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설문 조사 결과는
여기를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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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핵심은 임동재 님께서 정확히 집으신거 같습니다.
위피를 탑재하고 말고는 단말기 가격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단말기를 출시하기 전에 통신사에서 자사망에 적합한지 검증하는 시험을 진행하는데, 위피(및 위피 플랫폼에서 동작하도록 만든 부가서비스)를 검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탑재를 꺼리게 됩니다.
현재 상황을 근시안적으로 보면 당연히 '소비자 보호'를 위해 위피 탑재가 의무 규정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일부 단말에는 위피를 탑재하고 또 일부 단말에는 위피를 탑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생기게 될까요?
위피를 탑재하지 않을 때의 장점으로는 글로벌 단말의 소싱이 가능해진다, 단말기 개발 및 검증 등 출시 시간이 짧아진다, 정도일거라 보여지고요. 통신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단말기를 소싱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경쟁력을 지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위피 탑재가 가능한 단말 제조사들간에 단말기 납품을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더 큰 글로벌 벤더(노키아, 소니에릭슨 등)가 경쟁자로 추가됨으로써 통신사는 이득을 보는 부분이 분명 있을겁니다. 그리고 단말기 벤더도 기획, 개발, 검증, 출시, 판매 등 단말기 전체의 lifecycle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가격? 글쎄요. 위피 라이센스 비용이 단말기 가격을 좌지우지할 만큼 그 부분이 크지는 않는걸로 알고 있고요. 아마도 개발/검증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 인하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비용 상승 효과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그런데 위피를 왜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공통의 플랫폼을 만듦으로써 단말기 상에서 동작하는 여러 application 개발 비용이 더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로서 소비자는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위피를 빼면 단말기 가격이 싸 질것이다, 불필요한 기능을 왜 넣어써 비싸게 파느냐? 이 논리를 PC로 옮겨보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인터넷 기능 안쓰니까 인터넷 기능을 뺀 윈도우즈를 더 싸게 팔아라, 나는 PC 나혼자 쓰니까 계정관리 필요없고 파일공유, 프린터공유 필요없으니 그거 빼고 더 싸게 팔아라, 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필요없으니 MSDOS 팔아라, 윈도우즈 커맨드라인 버전만 만들고 그래픽 빼고 싸게 팔아라, 나는 메일 안쓰니 아웃룩 익스프레스 빼고 팔아라, 메모 할 일 없으니 메모장, 워드패드 빼고 팔아라.
조금 비약적인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요구한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여러 제품을 관리하고 팔 수 있을까요? 그걸 모두 제품 라인업에서 유지보수할 수 있을까요?
지금 위피가 구리다, 해외 경쟁력이 없다는 점들은 위피 미탑재 단말기를 허용해야 한다, 아니다와는 무관한 사항입니다. 의무화해도 지금 이정도인데, 의무화를 하지 않으면 몇 년만 지나면 위피는 잊혀진 이름이 되겠지요. 윈도우즈 기획이 83년 발표되고, 상용 제품이 나온 것이 85년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그나마 봐줄만한 윈도우 3.0이 나온게 90년 즈음이었던거 같고, 쓸만한 윈도우 2000, XP 등이 나오기까지는 15년 이상 걸렸습니다.
15살 먹은 어른도 못하는 일을 이제 엉금 기어다니다가 막 걸음마를 떼고 걷는데 조금 익숙해진 어린 애한테 바라지는 맙시다. 애가 싹수가 노래서 커봤자 쟤는 안돼..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 이상, 크도록 봐 줍시다. 옆집 애가 지금 아이보다 더 잘 걸어다닌다고 그애 데려와서 키우시렵니까?